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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은 예로부터 인내심을 강조했고 강요해왔다.

그래서 고통이나 통증을 참는 것이 당연하고 이게 미덕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사실 통증은 마냥 참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다.

통증이 생기면 그 즉시 없애는 것이 좋다.

우리는 통증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이 들어서 아프지 않고 싶다면 지금부터라도 아프면 진통제를 열심히 먹어야 한다.

 

환자들은 의사들이 진통제를 처방해주면, 근본적인 질병을 치료해주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통증의 원인이 되는 질병을 치료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원인이 되는 질병을 치료하면 통증도 자연스럽게 사라진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이렇게 진통제를 경시하는 경향이 크다.

하지만 이건 큰 착각이다.

통증도 엄연한 질병이다.

통각은 시각 청각 촉각 같은 감각의 일종이지만 굉장히 특수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감각에는 그것을 담당하는 감각신경이 있고, 외부로부터 자극이 들어와서 그 자극에 강도가 역치 이상을 넘어가면 해당 감각신경이 흥분해서 뇌로 전기 신호를 보낸다.

그럼 우리는 그 감각을 느낄 수 있다.

통각신경도 다른 신경들이랑 똑같이 이런 과정을 따르는데,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

보통 신경세포들은 똑같은 자극이 빠르게 반복되면 역치가 높아진다.

이걸 '상대적 불응기'라고 하는데 같은 자극이 계속 반복되면 그 자극에 대한 감각이 무뎌진다.

그래서 같은 신경을 계속 흥분시키기 위해서는 더 강한 자극이 필요하다.

그런데 통증 세포에는 이런 생리학의 일반 법칙이 통하지 않는다.

통각신경인 c-fiber는 자극을 빠르게 반복해도 역치가 높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반복된 자극이 합쳐지면서 통각 신경의 활성이 증가된다.

이것을 통증의 wind-up phenomenon (증폭현상)이라고 한다.

1965년 네이처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소개된 이론이고 통증의학 분야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내용인데,

보통의 신경 세포들과 다르게 신경세포들은 자극에 적응이 되면 사람 몸이 거기에 적응해서 통증이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에 따르면 사람은 아니 생명체는 통증에 적응할 수 없다.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엔돌핀과 같은 마약과 비슷한 신경전달물질들이 뇌에서 분비되면서 일시적으로 통증을 잊을 수는 있지만 그런 효과들은 오래가지 않는다.

생명체의 모든 신경세포들 중에서 통증세포만 이런 특성이 있는 것은 통증이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작은 상처에도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었다.

그래서 상처가 생기는 것을 감지할 수 있는 통각신경은 절대 무뎌지지 않는 것이 중요했을 것이다.

 

통각신경에는 한 가지 더 특수한 성질이 있다.

Central sensitization 이라고 1983년 동물 실험을 바탕으로 네이처지에서 처음 발표됐고,

1990년대 사람에 대한 임상실험으로도 증명됐는데 간단하게 설명하면 통증이 몇 달 이상 장기간 지속되면 통각신경이 흥분하는 역치가 오히려 낮아지고 대뇌로 신호를 보내느 빈도가 증가하는 현상이다.

즉, 작은 자극에도 더 큰 통증을 더 자주 느끼게 된다는 뜻이다.

심지어 정상인에게 통증을 유발하지 않는 자극에도 통증을 느끼도록 몸이 변해버린다.

CRPS라는 병이 있다.

CRPS 환자는 환부에 옷이 스치거나 아니면 후 하고 입김만 불어도 극심한 통증을 느낄 수 있다.

아주 극단적인 경우긴 하지만 어쨌든 만성적인 통증은 뇌와 척수를 포함한 신경계를 변화 시킬 수 있다.

우리 뇌는 매일 사라지고 다시 생겨나는 약 1000억개의 신경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이 신경세포들의 구조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자극에 대한 피드백에 의해서 형성된다.

이를 뇌의 가소성이라고 하는데 통증 자극이 뇌로 오랜기간동안 들어가면 뇌의 회로 구조가 통증을 더 자주 더 강하게 느끼도록 변해버린다.

결국에는 통증을 유발하는 자극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이 예로는 사지절단 환자들의 팬텀페인이 있다.

팔다리가 잘린 사지절단 환자들은 대부분 절단 후 몇개월간 사라진 팔다리가 남아있는 듯한 감각을 느끼는데 그 중일부는 사라진 팔다리에서 극심한 통증을 느낀다.

팔이나 다리에서 들어오는 통각 신경이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러한 환자들은 절단 전에 그 부위에 만성적인 통증을 앓았던 경우가 많다.

절단 전의 만성적인 통증이 뇌의 회로를 변화시켰고, 절단 수술 후에 해당 통증을 유발하는 팔다리가 없어졌지만 변화된 뇌가 같은 부위에 통증을 계속 느끼게 한 것이다.

통증이란 것은 절차기억과 같이 기억된다.

몸이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나중에 조금만 자극이 와도 쉽게 통증을 느껴버린다.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 만성적인 통증을 달고 계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요약하면,

통증이란 아주 특수한 감각이라서 반복 되더라도 역치가 올라가거나 익숙해지지 않는다.

몇 개월 이상 만성적으로 지속되면 뇌에 영향을 미쳐서 같은 자극이라도 더 큰 통증을 더 자주 느끼게 신경계가 변할 수 있다.

 

아프고 싶지 않다면, 아픔을 참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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