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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음식 프로그램과 먹방의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아버지께서도 요즈음 TV에는 먹는 것과 먹는 모습만이 나온다고 하십니다.

과연 제가 TV를 켜자마자, 바로 누군가가 먹는 모습을 보게 되더군요.

아버지께서 하시는 말씀이 틀리진 않은 모양입니다.

하지만 저는 먹방과 음식 관련 프로그램이 싫지는 않습니다.

꽤 즐겨보는 편이기도 하고요.

TV나 폰 화면 속에서 고기가 지글지글 익어가는 모습을 보면 절로 침이 고이곤 하죠.

그러면서 '나도 만들어서 먹어야지.' 생각을 하고  따라해보기도 합니다.

요리 관련 지식들도 배웁니다.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이 바로 이 지식 중의 하나입니다.

요리관련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센 불에 구워서 겉면부터 익혀 고기의 육즙을 가둬야 고기가 맛있어져요.” 라는 말을 굉장히 자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요리 좀 한다거나, 안다는 사람들은 아는 기본상식이라고 할 수 있죠.

육즙을 가두는 게 정말 가능한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오히려 겉면을 굽게 되면 안쪽 핏기가 있는 부분을 감싸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육즙의 손실을 더욱 빠르게 한다고 합니다.

스테이크를 맛있게 하는 것은 육즙 가두기가 아니란 말이죠.

그렇다면 센 불로 굽게 되면 왜 고기가 맛있을까요?

바로 오늘의 주인공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 때문입니다.

 

고기를 불에 구우면 고기 표면에서 수분이 제거되면서 마이야르 반응이라는 화학반응이 일어납니다.

이로 인해 고기의 색은 먹음직스러운 갈색으로 변하고 침샘을 자극하는 향기가 생겨나죠.

고기를 씹을 때 나는 맛은 단백질의 맛이 아닙니다.

단백질은 인간이 맛을 느낄 수 있는 분자의 크기보다 더 크기 때문이죠.

하지만 단백질에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면 큰 분자들이 작고 다양한 분자로 변하면서 맛과 향이 풍부해집니다.

이 마이야르 반응은 온도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섭씨 130~200도(℃) 사이에서 격렬하게 반응이 일어나고 수많은 향기 물질이 만들어집니다.

이 반응이 일어나게 하려면 고기를 섭씨 130~200도의 높은 온도에서 구워야 한다는 말이죠.

일반적으로 고기를 강한 불에 굽는 이유는 마이야르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서입니다.

그렇다고 너무 높은 온도에서 스테이크를 굽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온도가 섭씨 200도 이상 올라가면 마이야르 반응에서 새로운 분자가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이때 생기는 분자는 발암물질이 섞여 있고 맛 또한 좋지 않습니다.

200도가 넘아가면 마이야르 반응이 약하게 일어나다가 타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마이야르 반응을 잘 이용해서 음식의 풍미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술이 뛰어나야 하는 것이죠..

 

마이야르 반응을 이용한 요리 기술도 있습니다.

이 요리 기술은 ‘데글라이즈(Deglaze)’라고 불립니다.

스테이크를 굽고 난 팬에 육수나 물, 술, 우유 등을 넣어 팬을 닦아내 이 국물로 소스를 만드는 것이 데글라이즈라는 기술입니다.

마이야르 반응을 통해 팬에 남은 향기 물질들을 모아서 사용하는 요리 기술로 유명하죠.

 

그렇다면 향기를 발생시키는 마이야르 반응이 대관절 무엇일까요?

이 반응은 1912년 프랑스 생화학자 루이 카미유 마이야르(Louis Camile Maillard)가 발견해 처음으로 보고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가 한 연구는 음식에 관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생물 세포의 생화학 분야에 몰두한 의사로, 인체 세포 속에서 발견되는 아미노산과 당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그가 죽은 이후에야 음식에서도 아미노산과 당의 반응이 일어난다는 것이 알려져 동일한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이죠.

마이야르 반응은 환원당의 카복시기(-COOH, 이온화하기 쉽고 산성을 나타내는 작용기)와 아미노산, 펩티드, 단백질 등 아미노기(-NH₂, 한 개의 질소 원자와 두 개의 수소 원자로 이루어진 작용기)를 갖는 화합물 사이에서 일어납니다.

식품의 대표적인 성분 간 반응으로 식품의 가열처리, 조리 혹은 저장 중에 일어나는 갈변현상이나 향기 생성에 관여합니다.

반응에 관여하는 당과 아미노산의 종류는 매우 다양합니다.

한 가지 당과 아미노산 쌍에서 만들어지는 실제 생성물은 반응 온도나 산성도, 옆에 있는 다른 화학 물질 등에 의해 달라집니다.

심지어는 운에 의해서도 좌우됩니다.

똑같은 재료로 요리를 해도 온도와 환경에 따라 다른 향기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고기를 구울 때 나는 향기 외에도 빵집에서 빵을 굽는 향기, 커피 향기, 소시지를 자를 때 나는 고소한 향기 등도 모두 마이야르 반응에 의해 생기는 것입니다.

마이야르 반응이 고온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간장이나 된장을 만들 때에도 마이야르 반응은 중요한 작용을 합니다.

이 경우 실온상태에서 아주 천천히 반응이 진행됩니다.

장맛이 오래 묵힐수록 깊어지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죠.

 

마이야르 반응에서 만들어지는 분자는 2011년 현재까지 1,000가지 이상 발견됐습니다.

그만큼 마이야르 반응은 대단히 복잡한 화학 반응입니다.

당과 아미노산의 타입에 따라 수 백 가지의 서로 다른 향미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이를 이용해 인공 향미를 만들어냅니다.

마이야르 반응의 정확한 메커니즘을 밝히고 더욱 다양한 향미를 만들기 위해 과학자들의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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