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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상하차 알바 후기

category ---Life---/글짓기 2019. 8. 1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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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진짜 뒤지게 힘들다.

내가 일한 곳은 오후 6시부터 오전 6시 30분까지 일을 했다.

일당은 정확히 114,460원, 11만 사천 원 정도였다.

 

5시 정도에 역 앞에 은색 스타렉스가 온다.

이 것을 타고 근무지에 갔다.

처음 온 사람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본인 통장과 신분증을 제시한다.

다음은 출석 체크하는 용지가 있는데 거기다가 이름, 생년원일, 전화번호를 적고 출근란에 싸인하고 안전 교육란에 싸인을 하면 된다.

퇴근할 때도 퇴근 싸인란에 싸인을 해야 한다.

 

나는 복장은 츄리닝 바지에 반팔티와 쿨토시를 하고 갔다.

덥다 보니 웃통을 까고 일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나는 입고 일하는 것을 추천한다.

박스에 부딪히거나 긁히는 경우가 있는데 맨몸이면 상처도 나고, 상당히 아프다.

 

처음에 놀랐던 것은 택배 상하차 알바를 하는 사람들이 몸이 되게 좋았다는 것이다.

무슨 헬스장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잘생긴 사람들도 꽤 많았다.

외국인 노동자들도 많았다.

오후 6시가 되기 10분 전쯤에 다들 모인다.

간단한 안전교육이 있고, 일할 파트를 배정해준다.

6시부터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면서 본격적인 일이 시작된다.

 

정확한 일정은

오후 6시부터 세 시간 일해서 오후 9시부터 20분 쉬고,

오후 9시 20분부터 밤 12시까지 일하고,

밤 12시부터 밥을 50분 먹는다.

밤 12시 50분에 음악소리가 들리면 다 모여서 인원 체크하고 일할 파트를 다시 배정해준다.

오전 1시부터 3시간 일을 해서 4시부터 20분 쉬고,

오전 4시 20분부터 마치는 시간인 6시 30분까지 일을 한다.

 

오후 6시부터 밥을 먹는 12시까지를 전반전이라고 불렀고,

밥 먹고 난 뒤부터 마칠 때까지를 후반전이라고 불렀다.

 

나는 전반전은 배치를 하차 쪽으로 받았다.

6시에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컨베이어 벨트 주변에 있는 택배들부터 송장 라벨이 보이게 컨베이어 벨트에 올렸다.

그것을 다하고 나면 택배 화물차에서 택배박스들을 컨베이어 벨트에 올리면 된다.

물론 송장 라벨은 위로 가게 올려야 한다.

두 사람에서 짐을 내리고

한 명은 바코드를 찍고

그 뒤로 한 명이 분류하고 이런 식이었다.

나는 짐을 내리는 일을 했다.

 

처음 차 2대까지는 참 할만하다고 생각했다.

3대째부터 죽을 것만 같았다.

유모차랑 세탁기인지 건조기인지 모르겠는데 진짜 뒤지게 무거웠다.

유모차 한차를 하고 나니까 힘이 쭉 빠졌다.

더 미치겠는 건 쉬는 시간이 진짜 거의 전무하다.

화장실 갈 시간도 없었다. (땀을 많이 흘려서 소변은 그렇게까지 요의가 느껴지진 않았다.)

3시간 동안 차 하나 끝나면 다음 차 들어오는 동안(차들이 대기하고 있기에 진짜 바로바로 들어온다) 물 한 모금 정도 마실 시간만 있고 20분 휴식이 있기 전까지 무한 극한 노가다다.

 

힘과 체력이 버티질 못하였다.

너무 힘들어서 이제 못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20분 휴식시간이 찾아왔다.

전반전 동안은 보통 차 6대를 한다고 하는데 벌써 4대를 쳐냈다고 했다.

그런데 앞으로 2대를 더 쳐낸다고 해서 쉬는 것은 아니었다.

다른 쪽에 가서 일을 도와야 한다.

어쨌든 쉬고 나니 다시 힘이 조금 생겨서 일을 할 수가 있었다.

힘든 택배 물품은 유모차랑 건조기, 식품 중에서 냉동식품, 아이스박스, 자루에 담긴 쌀이나 다른 것들이 무겁고 힘들었다.

아이스박스는 던질 수도 없고 장갑도 미끄럽게 만들고 무겁기도 하고 짜증이 날 정도였다.

택배 박스마다 무게가 다 다르기에 무거운 건 무겁고 가벼운 건 가볍고 이 무작위적적인 무게가 또 힘들게 했다.

박스에 던지지 마시오, 취급주의 같은 글귀들이 있지만 이것은 그냥 무시된다.

너무 힘들고 바쁘기에 그런 걸 생각할 여유도 없다.

그냥 모든 박스들을 똑같이 취급한다.

사실 엄청나게 그냥 던지고 발로 차고 한다.

 

힘과 체력이 거의 방전돼서 도저히 못하겠다고 생각이 들 때, 어김없이 식시시간이 찾아왔다.

덥고 땀도 많이 흘렸고 해서 밥맛도 없는데, 밥도 진짜 맛없는 것들로 주었다.

평소에 줘도 안 먹는 빨간 햄이랑 도토리묵, 김치(김치마저 맛없음), 오이냉국이 나왔다.

먹어야 일을 하겠다고 생각이 들어서 조금은 먹었다.

밥이 맛이 없다 보니 컵라면을 먹는 사람들도 많았다.

나는 식욕이 많아서 일할 때 밥 잘 주는 곳을 좀 따지는데, 밥 마저 별로라서 다음에 또 일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나도 왕년에는 노가다를 제법 잘했었기에 택배 상하차 알바를 우습게 생각했던 것 같다.

너무 힘들었다.

그냥 집에 갈까 이런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다.

일을 안 한지가 오래되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하루를 다 채워서 일하기 힘들 것만 같았다.

그래서 아버지한테 말해서 데리러 오라고 할까 했지만,

밥을 먹고 쉬면서 조금만 더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못 버틸 때 그만하고 집에 가야지하고 생각을 했다.

 

후반전이 시작되기 전에 인원체크를 하는데 오늘 처음 온 사람이 나를 포함해서 여섯에서 일곱정도였는데 절반정도는 보이지 않았다.

도중에 말도 없이 간 것 같았다.

힘들면 사무실에 말해서 집에 가야 한다.

그러면 그 일한 시간동안은 일당을 쳐서 준다.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는 것인지

후반전 배치 때 운 좋게 분류 쪽으로 배치받았다.

나는 분류할 때 빼주는 택배 박스들을 쌓는 일을 했다.

무겁고 힘들긴 했지만, 충분히 쉴 시간도 만들 수 있었고 물도 마음껏 마실 수 있었다.

나도 라인 작업을 돕긴 했지만, 라인 작업을 하는 애들은 진짜 절대로 쉬는 시간이랑 물 마시는 시간이 없었다.

컨베이어 벨트는 계속 계속 돌아가기 때문이었다.

이 일마저 너무 힘들어서 그만하고 싶을 때 어김없이 쉬는 시간 20분이 찾아왔다.

이때 폰으로 내가 쌓아 올린 박스들을 사진 찍었다.

 

 

힘들어 보일 수도 있지만, 여기에서는 정말 꿀 같은 일이었다.

어쨌든 이런 일을 한 파트 더 하고 무사히 퇴근까지 했다.

집에 갈 힘이 없어서 아부지한테 전화해서 데리러 오라고 했다.

나는 같이 일했던 사람들을 좋은 사람들로 만나서 버틸 수 있었지만,

성질 고약한 아저씨를 만났다면, 바로 그만두고 집에 왔을 것 같다.

집에 와서 샤워를 하는데 손바닥이랑 손가락 껍질이 다 벗겨져서 머리 감기가 힘들었다.

자고 일어나니까 온몸이 쑤신다.

계속하면 이 일도 적응이 되고 저기서 일하는 있는 사람들처럼 저 일을 잘하게 되겠지만, 더 하고 싶진 않다.

 

일당이 당일날 지급되는 것이 좋고 일하고 싶으면 쉽게 언제든지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노동의 강도가 너무 높고, 근무환경도 좋지 않고, 밥도 맛이 없고, 화장실 문제도 그렇고, 여러 가지로 추천하기는 어렵다.

한 번쯤은 해볼 만한 일이긴 했다.

다만, 이 일을 최저시급을 받고 한다는 것이 이상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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